클래식하게 느껴지는 가장 최신의 페라리
스페인 테네리페는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이곳까지 30시간 넘게 이동한 이유는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스파이더'를 만나기 위해서였어요. 앞서 인제 스피디움에서 '849 테스타로사 쿠페'를 탔을 때 그 감각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오픈톱은 어떨지 설레서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페라리는 1956년부터 테스타로사라는 이름을 전설적인 모델에만 붙여왔는데, 가장 최신의 테스타로사를 실물로 보니 현대적이면서도 묘하게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전면에서는 F80에서 봤던 블랙 베젤 헤드라이트와 일체형 검은 띠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볼수록 매력적이고 도로 위 다른 차들 사이에 서 있으면 단번에 구분될 디자인입니다. 옆에서는 벨트를 두른 듯한 검은 띠가 엔진과 뒤 브레이크로 공기를 보내는 역할까지 하고, 가장 좋아하는 뒷모습은 전설적인 레이스카'페라리 512S'에서 영감을 얻은 트윈 테일이 완성합니다. 주먹이 들어갈 만큼 굵은 인코넬 배기구, 떠 있는 듯한 이중 구조의 카본 디퓨저까지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를 넘어 경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50마력이 무섭지 않은 이유
849 테스타로사는 SF90 스파이더의 뒤를 잇는 페라리의 플래그십입니다. 4.0L V8 트윈 터보 엔진이 혼자 830마력을 내고, 앞바퀴 양쪽에 하나씩, 등 뒤에 하나 배치된 세 개의 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총출력은 1,050마력입니다. 퀄리파잉 모드로 바꾸고 가속해 보니 터보랙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8단 F1 DCT의 다운시프트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V8 사운드가 제게는 12칠린드리의 자연흡기 V12보다 이상하게 더 매력적으로 들렸어요. 인제에서 두 차를 함께 탔을 때도 같은 대답을 했는데, 일반 도로에서도 생각은 그대로였습니다. 테네리페의 길은 좁고 코너가 끝없이 이어져 난이도가 꽤 높은데, 앞의 두 모터가 만드는 4륜 트랙션 덕분에 코너에 빠르게 들어가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800마력이 넘는 후륜구동 페라리를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제가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큰 차이죠. F80에 처음 쓰였던 'FIVE 시스템'이 미끄러짐을 미리 계산하고,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기반의 ABS 에보가 밟는 즉시 반응해 줘서 속도를 믿고 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시내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7.45kWh 배터리를 써서 전기로만 조용히 달릴 수 있고, 페달을 깊게 밟으면 그제야 V8이 깨어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지붕을 열었을 때 달라지는 것
하드톱은 시속 45km 미만에서 14초면 열리고, 구조도 지붕이 뒤로 넘어가고 커버가 덮이면 끝나는 간결한 방식입니다. 지붕을 여니 머리 위를 살짝 스치는 바람, 그리고 더 크게 귀를 두드리는 배기 사운드 두 가지가 먼저 느껴졌습니다. 과격하기보다 잔잔하게 깔리는 소리라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쿠페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페라리가 특허를 받은 '윈드 캐처'입니다. 다른 브랜드가 바람을 뒤로 흘려보내는 윈드 디플렉터를 쓴다면, 이 차는 시트 뒤에 바람길을 만들어 창 쪽으로 들어온 공기를 아래로 빼냅니다. 버튼을 누르거나 뭔가를 세울 필요가 없어 실내가 곧 외관이 되는 오픈카의 스타일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이 세련됐고, 실제로 꽤 높은 속도에서도 머리가 크게 흩날리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후방 토너 커버 브릿지'인데, 좌우를 이어주면서 안쪽으로 공기를 흘려보내는 파츠 덕분에 지붕을 열든 닫든 쿠페와 거의 같은 실루엣을 유지합니다. 붉은 실내에서는 시동 버튼까지 물리 버튼으로 돌아온 점이 반가웠고, F80에서 영감을 받은 떠 있는 듯한 대시보드 라인과 작은 스티어링 휠이 운전석을 콕핏처럼 감쌉니다. 손에 착착 감기는 핸들링 덕분에 일반 도로를 트랙처럼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My take
자연흡기 V12 페라리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가장 최신의, 가장 똑똑한 페라리를 원하는 분이라면 849 테스타로사가 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SF90이 페라리 하이브리드의 문을 연 개척자였다면, 이 차는 그 공식을 완성한 모델이에요. 1,050마력이라는 숫자는 분명 무섭게 들립니다. 그런데 직접 몰아보니 저처럼 프로 드라이버가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었고, 오히려 차가 운전자를 더 잘 달리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비현실적인 섬에서 비현실적인 차를 탄 하루였지만, 페라리 849 테스타로사 스파이더가 한국의 도로에서는 또 어떤 감정을 줄지 벌써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