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받아 든 숫자, 7

현지시간 9월 6일, 미국 오스틴의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스(COTA)에서 FIA WEC 5라운드 '론스타 르망'이 열렸습니다. 6시간 레이스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GMR-001 17번 차량이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WEC 출전 이후 최고 순위이자 시즌 두 번째 포인트 피니시입니다. 19번 차량은 15위를 기록했습니다.

7위라는 숫자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퍼카 클래스는 페라리, 토요타, BMW, 애스턴마틴이 함께 달리는 곳입니다. 수십 년 내구 레이스를 해온 브랜드들 사이에서 신생 팀이 톱10에 들었고, 그 무대가 제네시스의 핵심 시장인 미국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내구 레이스에서 '완주'가 갖는 무게

제가 순위보다 더 주목한 건 두 대 모두 리드랩으로, 기계적 문제 없이 완주했다는 사실입니다. 6시간 동안 선두에게 한 바퀴도 따라잡히지 않았다는 뜻이죠. 내구 레이스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중간에 멈추면 소용이 없기에, 새 팀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이 바로 '신뢰성'입니다.

'시릴 아비테불' 총감독이 세운 목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보여준 신뢰성 재현, 두 대 모두 리드랩 완주, 포인트 획득. 세 가지를 모두 이뤘다는 점에서 이 팀이 지금 어떤 단계를 밟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COTA라는 까다로운 시험지

COTA는 고속 코너와 강한 제동 구간, 거친 노면이 섞인 서킷입니다. 텍사스의 높은 기온과 노면 온도 탓에 타이어 관리가 결과를 좌우하죠. 팀은 지난 7월 같은 서킷에서 진행한 테스트 데이터를 셋업과 타이어 전략에 반영했고, 르망 24시간과 상파울루 6시간의 경험도 레이스 운영에 녹여냈습니다. 좋은 결과는 레이스 당일보다 그 전에 만들어진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합니다.

My take

벤틀리의 이미지 뿌리에는 1920년대 르망 우승이 있고, 페라리 로드카의 특별함도 서킷에서 쌓은 역사에서 나옵니다. 레이스는 제원표로는 채울 수 없는 이야기를 브랜드에 만들어주지만, 그 이야기는 돈만으로 빨리 쌓이지 않습니다.

GV90으로 '가장 한국적인 럭셔리'를 보여준 제네시스는 이제 제품 너머에서 럭셔리를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7위는 포디움이 아니고 선두권과의 격차도 분명합니다. 다만 순서가 맞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먼저 끝까지 달리는 차를 만들고, 그다음에 빠른 차를 만드는 것. 다음 무대는 9월 27일, 토요타의 홈인 후지 스피드웨이의 '후지 6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순위표보다 랩 차트를 먼저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Written by이상휘 · car_reading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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