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그리드에서 시작된 60년 만의 홈 우승
9월 6일, 이탈리아 몬자에서 2026 F1 13라운드 이탈리아 그랑프리(53랩)가 열렸습니다. 토요일 예선의 주인공은 알핀의 피에르 가슬리였습니다. 가슬리는 커리어 첫 폴포지션을 따냈고, 조지 러셀이 2위로 그 뒤에 섰습니다. 챔피언십 선두 키미 안토넬리는 예선 7위를 기록했지만, 파워 유닛 관련 페널티로 그리드 맨 뒤쪽으로 밀려났습니다. 파워 유닛 부품 교체 한도를 넘겨 30그리드 강등 징계를 받았고, 결국 19번 그리드에서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홈 레이스를 사실상 손실을 줄이는 경기로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레이스는 시작부터 크게 흔들렸습니다. 1코너 시케인에서 해밀턴이 팀 동료 르클레르의 안쪽을 파고들었지만, 르클레르가 코너 출구에서 해밀턴을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해밀턴은 10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어 2랩 끝 파라볼리카 출구에서는 르클레르가 피아스트리를 막아내다 고속으로 방호벽에 부딪혔습니다. 르클레르는 다치지 않았지만, 방호벽 수리를 위해 레드 플래그가 발령됐습니다. 안토넬리는 이 짧은 시간에 이미 12위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레드 플래그 동안 대부분의 드라이버가 하드 타이어로 교체했지만, 하드로 출발했던 안토넬리는 미디엄으로 바꿨습니다. 재출발 전에는 유키 츠노다가 그리드 위치를 잘못 잡아 스타트가 중단됐고, 포메이션 랩이 한 바퀴 더 추가됐습니다.
재개된 레이스는 선두가 계속 뒤바뀌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2026년형 파워 유닛 특성과 몬자의 긴 직선에서 생기는 슬립스트림 때문에, 두 대의 메르세데스와 베르스타펜이 여러 차례 선두를 주고받았습니다. 안토넬리는 16랩에 2위, 18랩에는 선두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러셀과 자리를 다시 주고받았습니다. 팀은 이런 요요 레이스를 멈추고 러셀이 베르스타펜과의 간격을 벌릴 수 있도록 뒤에서 기다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승부를 가른 건 VSC였습니다. 28랩에 랜스 스트롤의 애스턴마틴이 멈춰 VSC가 발령되자 안토넬리와 베르스타펜은 피트에 들어갔고, 러셀은 하드 타이어로 끝까지 버티는 쪽을 택했습니다. 새 타이어를 끼운 안토넬리는 러셀의 타이어가 무너지기 시작한 막판에 따라붙었습니다. 49랩 첫 시케인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그래블로 빠져 1.4초를 잃었지만, 다음 랩 레즈모 2번 코너와 아스카리 시케인 사이에서 깔끔하게 러셀을 넘어섰습니다.
최종 결과는 안토넬리 우승, 러셀 3.857초 차 2위, 베르스타펜 3위였습니다. 노리스가 결승선에서 피아스트리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고, 해밀턴 6위, 폴 스타트였던 가슬리는 7위에 그쳤습니다. 린드블라드, 콜라핀토, 그리고 대체 투입 두 번째 주말을 치른 츠노다가 남은 포인트를 가져갔습니다. 기록 면에서도 의미가 큰 우승입니다. 1966년 루도비코 스카르피오티 이후 60년 만에 나온 이탈리아 드라이버의 이탈리아 GP 우승이고, 19번 그리드는 1983년 롱비치에서 22번 그리드로 우승한 존 왓슨에 이어 F1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출발 위치의 우승 기록입니다. 시즌 7승째를 거둔 안토넬리는 267점으로 러셀(201점)과의 격차를 66점까지 벌렸습니다. 레드 플래그와 VSC가 기회를 준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우승으로 바꾼 건 결국 안토넬리의 속도였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