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트랙 전용 모델 '296 GT 모디피카타'를 공개했다. '모디피카타(Modificata)'는 이탈리아어로 '개조된'이라는 뜻으로, 296을 기반으로 한 레이스카 '296 GT3 에보'를 한 번 더 손본 차다. 도로용 296 GTB가 전기모터를 더한 830마력 하이브리드로 번호판을 달고 일상에서도 탈 수 있는 차라면, 모디피카타는 번호판 없이 오직 서킷만 달린다. 전기모터 없이 엔진만으로 730마력을 내고, 무게는 GTB보다 140kg 가벼운 1,330kg(건조중량)이다. 레이스카를 또 개조한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스 대회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출력을 일부러 묶어두는데, 모디피카타는 대회에 나가지 않으니 그 족쇄를 풀었다. 덕분에 대회용 GT3 에보보다 130마력 강하고, 페라리 피오라노 서킷에서 3초 더 빠르다. 프로 레이서가 타는 차보다 더 빠른 차를 고객이 타는 셈이다.

그럼 이 차로 무엇을 할까. 순위를 다투는 대회가 아니라 '클럽 콤페티치오니 GT'라는 페라리 고객 전용 트랙 프로그램에서 달린다. 차를 사면 2년간 12회 참가 권한이 주어지고, 일본 후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벨기에 스파 같은 세계적인 서킷을 돌며 마음껏 달릴 수 있다. 레이스카와 달리 조수석이 있어 전문 코치를 옆에 태우고 헤드셋으로 실시간 조언을 들으며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아무나 살 수는 없다. 극소량만 생산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선별된 고객에게만 판매되며, 보통 페라리를 오래 구매해온 우수 고객에게 기회가 먼저 돌아간다. 주 고객층은 서킷 주행을 취미로 즐기는 자산가, 이른바 '젠틀맨 드라이버'들이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반이 된 레이스카 296 GT3가 60만 달러를 넘었던 걸 감안하면 10억 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장르로는 맥라렌 세나 GTR, 람보르기니 에센자 SCV12처럼 제조사 트랙 프로그램과 묶어 파는 트랙 전용 한정판이 있다. 결국 이 차를 산다는 건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페라리가 준비한 '2년짜리 세계 서킷 여행 티켓'을 사는 것에 가깝다.

Written by이상휘 · car_reading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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