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빼고 전부 바뀐 차

프리뷰 행사에서 iX3를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한 건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제가 고른 건 iX3 50 xDrive M 스포츠입니다. 세 가지 트림 중 가장 많이 팔릴 것 같은 모델이기도 하고, M 스포츠 프로의 22인치 휠은 제 기준에서 과하다고 느껴서 일부러 이 트림을 선택했습니다. 노이어 클라쎄가 처음 적용된 양산차답게 플랫폼, 모터, 원통형 배터리, 실내, 그리고 차의 두뇌까지 기존 iX3와 같은 건 이름뿐입니다. 469마력에 108.7kWh 배터리, 인증 주행거리는 611km. 100% 충전 상태로 받았을 때 계기판에는 637km가 떠 있었는데,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리뷰를 해온 입장에서 이제 주행거리 때문에 전기차를 못 타겠다는 말은 하기 어렵겠구나 싶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야 이해되는 디자인

가장 궁금했던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는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편했습니다.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도, 밤에도 비침이나 눈의 피로가 없었고 라식을 한 제 눈에도 거슬리는 게 없었어요. 링컨 노틸러스나 신형 에스컬레이드처럼 필러 투 필러 디스플레이를 쓴 차들도 타봤지만, 제가 경험한 것 중에서는 이게 가장 완성형에 가깝습니다.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있는 차가 영화관 맨 앞줄에 앉은 느낌이라면, 이건 대여섯 번째 줄에서 스크린을 보는 느낌이라 한눈에 편하게 들어옵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꽤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도 오히려 끄고 달리는 쪽이 편했을 정도예요.

정차해있는 iX3의 인테리어를 볼 때는 왜 비스듬하게 잘랐을까 싶었던 센터 디스플레이도, 운전해 보니 스티어링 휠에 가려지는 부분을 덜어낸 거였습니다. 최근 그랜저를 탔을 때 휠 뒤로 숨은 메뉴 때문에 고개를 돌려야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위아래 모양이 거의 같은 스티어링 휠은 주차할 때 정렬이 맞았는지 로고를 보고 확인해야 해서 조금 헷갈렸어요.

차와 같이 운전하는 느낌

이 차에서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은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았다는 겁니다. 회생 제동을 적응형으로 두면 가속 페달에서 발만 떼도 앞차와의 거리에 맞춰 속도를 줄이고, 완전히 멈췄다가 앞차가 움직이면 다시 슬슬 따라갑니다. 주행 보조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요. BMW는 일상 제동의 98%를 회생 제동이 담당한다고 하는데, 막히는 시내에서는 그 말이 그대로 체감됐고 무엇보다 제가 직접 밟는 것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주행 보조 역시 브레이크를 밟아도 꺼지지 않고 계속 함께하는데, BMW가 말하는 '심바이오틱(운전자와 차가 함께 운전하는)'이 이런 뜻이구나 싶었어요. 그 부드러움은 브레이크에도 이어집니다.

과거 530i를 소유하며 오래 타면서 좋아했었던 M 스포츠 브레이크의 빡빡하게 꽂히는 맛 대신, 이게 M 스포츠가 맞나 싶을 만큼 성격이 온순해졌습니다. 승차감은 전형적인 BMW입니다. 에어 서스펜션 없이 21인치 휠에 공기압도 40psi로 넉넉히 들어간 상태였는데, 잔진동은 잘 걸러주고 교량 이음새 같은 큰 충격은 제법 올라옵니다. 19인치를 신었던 제 530i와 비슷한 결이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My take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차가 워낙 많이 보조해주다 보니 운전의 주도권을 온전히 쥐고 싶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가끔 개입이 많다고 느껴졌고, 469마력은 밟는 순간 너무 쉽게 속도를 만들어냅니다. 점점 고조되는 맛을 아직 좋아하는 내연기관 애호가로서는 그 부분이 조금 허전했어요.

2열은 한 뼘 정도 남는 무릎 공간과 평평한 바닥으로 넉넉했지만, 선블라인드가 없는 건 패밀리카로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전기차가 처음인 분이라면 멀미나 이질감 걱정 없이 금방 익숙해질 것이고, 전기차를 몇 년 타온 분이라면 같은 회생 제동도 세팅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놀라실 겁니다. 그 매끄러움은 글이나 영상으로는 잘 전해지지 않아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직접 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Written by이상휘 · car_reading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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