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만큼 더 채워 넣은 차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에 도착해 레부엘토 SV 옆에 섰을 때, 재킷 안으로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레부엘토 시승기를 전해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 고성능 버전인 SV를 세계 최초로 타볼 기회가 생긴 겁니다. 람보르기니는 플래그십의 하이 퍼포먼스 모델에 SV, 슈퍼 벨로체라는 이름을 붙여왔고, 이 차는 그 계보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입니다. 6.5L V12 자연흡기 엔진에 모터 세 개를 더해 기존보다 50마력 높은 1,065마력을 냅니다. 배터리는 3.8kWh에서 7.3kWh로 거의 두 배가 되면서 전기로만 20km 이상 달릴 수 있게 됐고요. 흥미로운 건 무게입니다. 보닛, 범퍼, 도어, 루프, 사이드미러까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곳을 카본으로 두르고 시트에서만 10kg을 덜어냈는데, 커진 배터리가 그만큼을 다시 채우면서 결국 무게는 기존과 같다고 합니다. 실내에 앉으니 통 카본 원피스 버킷 시트가 몸을 단단히 잡아줬고, 등받이 조절은 아예 안 됩니다. 대신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SV만을 위한 필로타 모드가 생겼는데, ESC 개입을 다섯 단계로 나눠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람보르기니 총괄 디자이너가 꼽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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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레부엘토를 막 보고 온 제 눈에도 다른 차처럼 보였습니다. 극단적으로 낮아진 프런트 립, 뒤쪽 345mm 폭의 포텐자 레이스 R 세미 슬릭 타이어, 그리고 기존 레부엘토에는 없던 고정식 리어 윙까지. 현장에서 람보르기니 총괄 디자이너 '미챠 보커트'를 만나 SV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뭐냐고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윙을 꼽았습니다. 매끈한 실루엣 덕분에 차가 상어처럼 보이는데, 그 성격을 결정짓는 건 결국 윙이라고요. 뒤쪽에서 더 강해진 다운포스의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공기역학 장치이면서 디자인의 중심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묻자 의외로 차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 전면 하단 범퍼 끝의 블레이드 형상이 돌 튐으로부터 차를 보호하면서 라디에이터 냉각에도 도움을 준다는 거죠. 보여주기 위한 선이 아니라 기능에서 나온 선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 돋았던 건 SV 데칼이었는데, 옆면에 S 없이 V만 붙이는 방식이 있습니다. 달리는 차를 보면 측면 라인이 S처럼 읽혀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제가 이 차를 산다면 V 하나만 붙일 것 같습니다.

트랙에서 만난 매운 맛

바로 직전에 일반 레부엘토로 트랙을 돌았는데, SV에 오르자마자 변속부터 달랐습니다. 싱글 클러치를 떠올리게 할 만큼 변속 충격이 등을 강하게 치고, 다운시프트할 때마다 차가 더 공격적으로 반응합니다. 헬멧을 쓰고 있어도 사운드 차이가 확연했고요. 앞서 탄 레부엘토가 순한 맛이었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직선에서는 순식간에 250km/h를 넘겼고, 브레이크는 그 속도를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지워냈습니다. 제동 성능과 함께 열 관리 능력도 크게 끌어올렸다더니, 조금 늦게 밟아도 차가 알아서 받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6D 센서로 차체 움직임을 제어한다는데, 고저차가 큰 범프에서도 일반 레부엘토와는 전혀 다른 다운포스가 느껴졌어요. 솔직히 1,065마력을 처음 온 트랙에서 온전히 다루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살벌한 만큼 안정적이었고, 헤어핀에서 보여준 밸런스는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게 차를 믿게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차가 더 몰아붙여 달라고 계속 저를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My take

슈퍼카와 하이퍼카를 꽤 많이 리뷰해왔지만,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돋는 차는 흔하지 않습니다. 레부엘토 SV는 외관만 무섭게 생긴 게 아니라 달리는 것 자체가 살벌한 차였고, 그러면서도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끊임없이 전해주는 차였습니다. 2026년에 새로 나온 슈퍼 스포츠카 중에 이 사운드를 이길 차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에서 경험한 레부엘토 SV는 미친 차였고, 제게는 과분한 호사였습니다.

Written by이상휘 · car_reading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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