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다보다 먼저 든 감정
페라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있는 브랜드입니다. 낮게 깔린 차체, 두 개의 문과 두 개의 시트, 그리고 강렬한 엔진 사운드. 국내 최초로 공개된 루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멋있다나 예쁘다가 아니라 '낯설다'였습니다. 한국에 출시된 페라리는 거의 다 리뷰해왔는데, 그중 어떤 차와도 겹치지 않는 모습이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페라리와 전기차라는 조합 자체가 아직은 낯서니까요. 더 흥미로운 건 페라리가 첫 전기차를 만들면서 기존 스포츠카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푸로산게도 4인승이었는데, 루체는 페라리 최초의 5인승입니다. 그래서 이 차는 기존 페라리와 비교하기보다 페라리 안에 새로 생긴 하나의 장르로 보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곳곳에 숨은 낯선 디테일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와이퍼였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방향과 반대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유는 앞쪽 보닛 구조에 있습니다. 보닛이 떠 있는 듯한 형태라 달리면 공기가 그 아래로 들어가 앞유리 위로 흘러 넘어가고, 그 바람길 덕분에 빗물도 대부분 뒤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원래 펜더에 있던 방패 모양 엠블럼은 도어 쪽으로 옮겨져 하나의 오브제처럼 넓게 자리 잡았고, 휠은 앞 23인치, 뒤 24인치입니다. 20인치를 주로 쓰던 페라리를 떠올리면 꽤 큰 차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건 동그란 테일램프였습니다. F12 베를리네타나 458 이탈리아에서 보던 원형 테일램프를 정말 좋아했는데, SF90이나 로마 같은 최신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거든요. 그 원형 램프가 루체에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도 뒷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역시 리어 프로포션 때문일 겁니다. 스포츠카에 익숙했던 눈에는 처음 보는 비율이라, 익숙한 요소 속에서 오히려 낯섦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페라리에서 처음 만나는 공간
코치 도어를 열고 2열에 앉아보니 확실히 다섯 명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넓고, 바닥은 평평하고, 문은 버튼으로 전동 닫힘까지 됩니다. 2열 송풍구와 버튼을 눌렀을 때의 촉감은 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마틴, 레인지로버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루체만의 감각이었고, 다른 페라리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곡선 패턴 대신 직선을 많이 써서 약간 레트로한 분위기가 납니다. 스티어링 휠은 클래식 페라리에서 영감을 받았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손잡이를 잡고 좌우로 움직여 운전석과 조수석 어느 쪽에서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2열의 컵홀더를 페라리에서 보고 있자니 그것조차 낯설었어요. 트렁크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넓어서 푸로산게보다도 큰 용량을 보여줍니다. 가방이 가득 실린 페라리의 트렁크를 보는 것 역시 처음 겪는 풍경이었습니다.
My take
페라리를 좋아하는 분들은 대개 한 대만 갖고 있지 않습니다. 두 대, 세 대를 두고 서킷에서, 주말 드라이브에서 각기 다른 페라리를 즐기죠. 루체는 그 목록에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과 일상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장면을 더하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이 차가 시간이 지나도 낯선 페라리로 남을지, 아니면 296이나 12칠린드리처럼 퍼포먼스를 즐기는 페라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의 한 축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루체를 페라리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첫 번째 전기차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