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럭셔리는 어디에 있을까

저는 럭셔리를 좋아합니다. 특히 자동차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레인지로버까지 웬만한 럭셔리카는 다 경험해봤는데,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럭셔리는 무엇이고,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답을 찾으러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제네시스 GV90'을 보러 갔습니다. 요즘은 레인지로버나 마이바흐 GLS처럼 플래그십의 정의가 세단에서 SUV로 옮겨가는 흐름인데, 제네시스 역시 G90 위에 더 많은 기능과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GV90으로 플래그십을 새로 정의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현장에는 GV90 퍼스트 에디션, 코치 도어가 적용된 네오룬, 일반 스윙 도어 모델까지 세 가지가 전시되어 있었고, 제가 가장 오래 머문 건 역시 네오룬이었습니다.

달항아리처럼 매끈한 차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에서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실물을 보니 그 말이 바로 이해됐습니다. 선이 도드라지지 않고 경계면이 흐릿한 심리스 디자인이라 첫인상은 그저 깨끗하다였고, 실루엣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레인지로버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가장 놀란 건 전면 조명이었습니다. LED가 한쪽 끝에서 시작해 끊김 없이 반대편까지 대칭으로 이어지는데, 발광 그릴은 흔해도 이렇게 LED를 알알이 박아 형상을 만든 차는 처음 봤습니다. 벤틀리가 잠시 잊힐 만큼, 세공이 뛰어난 보석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반짝임을 낮춘 크롬, 파팅 라인이 거의 없는 클램셸 보닛도 같은 결로 차분했습니다. 뒷모습은 달항아리가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부분인데, 기회가 된다면 테일램프를 손으로 한번 쓸어보시길 권합니다. 굴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끈합니다. 옆에서는 네오룬 전용 24인치 풀페이스 휠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만들고, 레인지로버처럼 강조한 숄더 라인이 덩치를 더 크게 보이게 합니다. 3톤이 넘는 전기차에 24인치 휠이라니, 효율과 주행거리보다 플래그십다운 웅장함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도어 캐치, 사이드 리피터, 사이드 미러까지 다른 제네시스와 공유한 부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환대

GV90 네오룬의 코치 도어는 국산차 최초인데,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나 페라리 푸로산게와 달리 B필러가 아예 없습니다. 문이 활짝 열렸을 때는 부티크 호텔에 들어서며 환대받는 기분이 들었고, 수많은 차를 타본 저에게도 필러 없는 입구는 정말 새로웠습니다. 사고 시 강성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데, 제네시스는 필러 대신 내부에 초고강도 듀얼 스틸빔을 넣어 차체와 도어로 충돌 에너지를 분산하고, 전복 시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는 루프 에어백까지 세계 최초로 넣었다고 합니다. 루프 에어백이 들어간 차는 저도 처음 봤습니다.

실내에서는 1열 운전석과 조수석이 전동으로 돌아 2열과 마주 보는 스위블링 시트, 온돌에서 영감을 받아 바닥까지 데워주는 우드 플로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신발을 벗고 타야 할 것 같은, 우리 집 마루 같은 느낌이었어요. 손이 닿는 거의 모든 곳을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마감해 원가 절감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정차 중 90mm 솟아올라 24.6인치로 커지는 OLED 시네마틱 디스플레이와 뱅앤올룹슨 25개 스피커는 차를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어줍니다. 4인승 모델은 트렁크와 실내 사이에 격벽까지 두어 소음과 냄새를 세단처럼 차단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썼다는 데에 꽤나 놀랐습니다.

My take

이번 행사는 디자인 위주의 프리뷰라 세부 스펙이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고, 주행 느낌도 아직은 모릅니다. 그래도 적어도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처음 보는 기술들만 놓고 보면 수입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와 나란히 세워도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들보다 먼저 시도한 것들이 더 많았고요. 달항아리의 선, 온돌의 온기, 손님을 맞이하는 문. 제가 찾던 한국적인 럭셔리는 화려함보다 이런 환대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품은 3톤의 전기 플래그십이 얼마나 조용하고 매끄럽게 달릴지, 시승할 날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Written by이상휘 · car_reading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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