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 위의 레이스카
이 차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름을 뜯어보는 겁니다. 스트라달레는 이탈리아어로 '도로, 즉 공도'를 뜻하고, 앞의 GT2는 실제 GT2 클래스 레이스에 출전하는 차라는 의미입니다. 레이스카를 공도에서 탈 수 있게 다듬은 차, 그게 'GT2 스트라달레'의 정체입니다. 흔히 MC20의 고성능 버전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순서로 보면 MC20 다음에 GT2 레이스카가 있었고 그걸 다시 도로로 가져온 차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 리뷰했던 MCPura와 겉모습은 닮았어도, 이 차는 MCPura보다 레이스카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전날 밤 제발 비만 오지 말라고 기도하고 잤는데 소용이 없었어요. 타이어가 트랙에 최적화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R, 거의 세미 슬릭이라 빗길에서는 무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전하게 달리면서 외관을 중심으로 이 차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보여주기보다 쓰기 위한 디테일
요즘 마세라티는 디자인에 정말 물이 올랐습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옆에 세워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MCPura가 우아한 곡선의 차였다면, GT2 스트라달레는 그 위에 터프하고 레이시한 요소를 잔뜩 더했습니다. 옐로 바디에 대비가 확실한 블랙, 그리고 마세라티의 상징색인 블루로 트라이던트 엠블럼과 센터락 휠, 캘리퍼에 포인트를 줬습니다. 제가 좋았던 건 카본의 질감이었습니다. 광이 나는 카본은 아무래도 카본을 이만큼 썼다고 뽐내는 느낌이 드는데, 이 차는 실제 레이스카처럼 매트한 드라이 카본을 썼습니다. 경량화와 강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보이는 대목이죠. 엔진이 등 뒤에 있는데도 전면에 커다란 에어 채널을 둔 건 앞쪽 다운포스를 만들고 공기를 옆으로 넘겨 브레이크를 식히기 위해서이고, 펜더 위 덕트와 측면 채널도 모두 열을 빼내는 역할을 합니다. 캘리퍼보다 오히려 표면에 긁힌 듯한 패턴이 들어간 대용량 디스크 로터에 더 눈이 갔어요. 후면은 이 차의 매력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운전자가 각도를 조절해 다운포스를 바꿀 수 있는 스완넥 고정식 윙, 그 아래 하나 더 붙은 고정식 스포일러, 넓은 카본 디퓨저까지. 뒷모습만 봐도 이 차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하드코어한 순정 시트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이 차의 성격을 가장 먼저 알려줍니다. Sablet와 협업한 풀 버킷 시트인데, 튜닝한 게 아니라 순정입니다. 제가 타본 양산차 중 가장 하드코어한 시트였고, 무게 때문에 전동 조절 없이 레버로 앞뒤만 움직입니다. 이 가격에 전동 시트가 없냐고 볼 게 아니라, 이 차가 태어난 배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이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MCPura와 같지만 위쪽에 변속 타이밍을 알려주는 LED 인디케이터가 들어갔습니다. 캐빈은 맥라렌처럼 카본 터브 구조라, 문을 열었을 때 드러나는 차체까지 전부 카본입니다. 640마력을 오직 뒷바퀴로만 보내는 미드십 후륜구동이라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위험한 차인데, 스포츠 모드에서 V6 네튜노 엔진의 배기음은 MCPura보다 확실히 더 거칠었습니다. V12만큼은 아니어도 6기통 중에서는 손꼽히게 강력한 엔진이고요. 다만 마세라티의 슈퍼 스포츠카는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바탕에 둡니다. 람보르기니보다는 페라리 쪽에 가까운 승차감이라, 비 오고 막히는 길에서도 잠깐 달리는 동안 차의 캐릭터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My take
솔직히 이 차를 타기 전에 누가 이 차를 살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약 5억 원 정도라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애스턴마틴 모두 선택지에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GT2 스트라달레는 첫 번째 슈퍼카로 고르는 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대를 경험하고 소유한 분이 컬렉션에 한 대를 더하려 할 때 비로소 보이는 차죠. 마세라티 창립 연도인 1914년에서 따온 914대 한정판이라는 희소성, 하이브리드 없이 순수 가솔린 엔진으로만 달리는 파워트레인, 모든 걸 대신해주지 않는 하드코어함까지. 몇 년 타고 팔 차가 아니라 계속 곁에 둘 차를 찾는 분이라면 확실히 값어치를 하는 모델입니다. 다만 저는 아직 이 차의 절반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날 좋은 날, 마른 노면 위에서 다시 만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