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색은 람보르기니만 소화할 수 있다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우루스 SE 퍼포만테'를 처음 봤을 때, 두 번 놀랐습니다. 먼저 컬러에, 그다음엔 디테일과 아우라에. 이번 모델의 오피셜 컬러는 사무실에서 쓰는 형광펜과 거의 같은 노란색인데, 이런 색을 이렇게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브랜드는 람보르기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해외에서도 람보르기니 고객들은 형광색, 보라색, 주황색 같은 원색을 압도적으로 많이 고른다고 합니다. 제가 이 차를 산다면 1순위도 이 색일 것 같아요. 기존 우루스 SE를 고민 중인 분이라면 이 차는 안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보고 나면 SE가 눈에 안 들어오거든요. 보닛의 두 개 카본 덕트, 하나로 이어 붙여 더 넓어 보이는 프런트 범퍼, 루프와 B필러, 사이드 스커트, 펜더 플레어, 디퓨저까지 카본이 훨씬 넓게 쓰였고, 뒤에는 고정식 카본 스포일러가 위아래로 두 개나 붙었습니다. 과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과함이 바로 람보르기니의 매력이죠. 파워트레인은 V8 트윈 터보에 25.9kWh 배터리를 더해 합산 812마력, 토크 102kg·m를 내고, 곳곳의 카본 덕분에 32kg을 덜어냈습니다. 실내 레이아웃은 기존과 같지만 퍼포만테 각인 시트와 카본 소재가 달라진 차라는 걸 알려주고, 여전히 남아 있는 물리 버튼들이 반가웠습니다. 람보르기니 총괄 디자이너, '밋챠 보커트'도 람보르기니는 터치스크린을 많이 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에어 서스펜션을 품은 퍼포만테
이번 모델에서 제가 가장 놀란 건 '에어 서스펜션'이었습니다. 기존 우루스 퍼포만테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없어서 딱딱하고 불편할까 망설였던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차체의 앞뒤, 좌우, 위아래 움직임을 모두 읽는 6D 센서까지 더해 롤링을 55%, 떨림을 25% 줄였다고 합니다. 트랙에서 먼저 느낀 건 브레이크였습니다. 800마력이 넘는 차라 코너 전에 미리 넉넉히 감속하자고 마음먹고 탔는데, 제동이 워낙 빠르고 확실하다 보니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오히려 운전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스티어링을 살짝만 돌려도 차가 즉각 반응해서, 누가 SUV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믿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연석을 일부러 밟아도, 점프하듯 넘어가는 고저차 큰 범프에서도 차는 흔들림 없이 자세를 지켰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되면서 늘어난 무게도 이 속도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요. 다운시프트할 때의 사운드와 팝콘 터지듯 울리는 배기음은 헬멧을 뚫고 들어올 만큼 확실히 더 매력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화가 난 황소를 다루는 투우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모래 위에서 알게 된 것
마지막 세션은 나르도 서킷 안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였습니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게 바로 이 코스였습니다. 바위를 천천히 넘는 오프로드가 아니라, 부드러운 모래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며 차를 일부러 흘리는 '랠리 코스'에 가까웠거든요. 코너에 들어가면 앞머리가 먼저 방향을 잡고 뒤가 스르륵 따라오면서 차체가 옆으로 흐릅니다. 처음엔 저도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스티어링을 풀거나 페달에서 발을 떼려 했는데, 인스트럭터의 코칭을 받으며 몇 바퀴 돌다 보니 차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미끄러진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빙판 위를 달리는 느낌과 비슷하지만, 모래 특유의 부드러운 저항감이 있어 훨씬 유연하고 직관적이었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차가 미끄러짐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열면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다음 순간 네 바퀴의 구동력이 정리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뀐 4륜구동이 차가 어디로 흐르는지, 어느 바퀴에 힘을 보내야 하는지를 굉장히 빠르게 읽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크고 무거운 SUV인데 모래 위에서는 그 무게가 사라진 듯 한 덩어리처럼 움직였습니다.
My take
우루스 SE도 이미 완성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퍼포만테는 더 빠르고 더 공격적이면서, 에어 서스펜션과 6D 센서 덕분에 오히려 더 편안해졌습니다. 성능과 편안함이라는 서로 반대편에 있던 것을 한 차에 담아낸 셈이죠. 람보르기니는 사람들이 왜 자신들의 차를 사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감성 때문이고, 이 차는 트랙의 사운드에서도, 모래 위의 미끄러짐에서도 그 감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거칠고 자극적인데 동시에 계산된 움직임. 야생적인데 정교한 차. 나르도 서킷에서 만난 우루스 SE 퍼포만테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